'여성' 삭제한 '여성가족부' 업무 추진계획

- 행정부의 '여성' 지우기, 당장 중단하라

지난 1월 8일, 여성가족부가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보러 가기)했습니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관할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여성'은 단 한 번밖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 여성가족부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여성’

•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는 6개의 핵심 과제가 발표되었습니다. 다양한 가족을 지원하고,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고, 폭력 범죄피해자의 보호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여성’은 ‘여성인력 양성을 위해 IT, AI,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직업교육훈련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으로 단 한 번밖에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와 같이 ‘여성폭력’을 ‘폭력’으로만 지칭하는 등 정부의 ‘여성’ 지우기는 이번에도 이어졌습니다.(관련 논평 보기)
• 이는 여성 정책의 총괄 부서인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 여성 폭력 관련 의제를 외면하기 위해 ‘여성’이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 왜 그렇게 된 거죠? 

• 현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추진해왔습니다. 정부 출범 시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에서 ‘여성’은 온데간데없었으며, 지난해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안에서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대부분의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신설)’로, 여성 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성평등 및 여성 정책은 없애고 여성을 인구 ‘생산’의 도구로 바라보며 관련 정책을 가족 정책으로 한정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로 읽힙니다.

🔥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부는 ‘여성’ 지우기 바람

• 이러한 흐름은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산하 25개 지자체 중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 부서의 명칭에서 ‘여성’이 점차 삭제되고 있는데요. 부서 명칭이 바뀐 자치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종로구: 어르신여성과 → 어르신가족과
  • 중구: 여성보육과 → 가족정책과
  • 도봉구·서대문구·강남구·금천구: 여성가족과 → 가족정책과
  • 마포구: 여성가족과 → 가족행복지원과
• 이처럼 각 지역의 부서명에서부터 '여성'이 삭제되며 여성을 둘러싼 성차별 문제가 가려지고 ‘인구’와 ‘가족’으로 그 지향이 대체되고 있습니다. 아직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벌써 우리 삶에 와닿는 영향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여성 정책업무를 관장하는 부처가 존폐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1월 26일에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보러 가기)이 발표되었습니다. 공정하고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돌봄 안전망 구축 및 여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성인지적 건강권을 보장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계획을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6년 연속 최악의 성별 임금격차를 기록하는 나라, 잇따른 여성 살해 사건 보도로 새해를 맞이하는 나라, 성착취물 산업구조의 핵심 인물을 ‘방조범’으로밖에 처벌하지 못하는 나라. 이는 국가 정책에서 여성을 지우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계획’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정부는 국가 정책에서 여성을 삭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