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처벌 없는 가정폭력'처벌'법, 개정하라!
- 5월 가정의 달,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을 바라며
지난 4월 25일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 등의 임시조치를 받았던 남편이 이를 어기고 아내를 찾아가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이전에도 가해자는 여러 차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아내를 찾아가 임시조치 해제를 요구했으며, 이에 경찰은 임시조치 5호(유치장 입감 또는 구치소 구금)를 검찰에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내가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걸 승낙했고, 다툼에 폭력 등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임시조치 위반 자체도 심각한 범죄일뿐더러, 임시조치 위반이 높은 재범위험성을 증명하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대한 이해 없는 검찰의 소극적 대응이 또 한 명의 목숨을 잃게 만든 것이다.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생활환경을 공유하고 있기에 퇴거 조치와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하거나 피해자에게 수시로 접근해 피해자를 괴롭힌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를 찾아가 피해자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가정폭력 가해자의 임시조치 위반 건수도 해마다 증가(2018년 331건 -> 2022년 700건)하고 있지만 가정폭력 범죄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요원하다.
또한 임시조치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임시' 방편일 뿐, 제대로 된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체포와 기소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정폭력처벌법은 가해자가 흉기를 휘두르고 피해자의 목숨을 위협해도 상담위탁 보호처분 등을 받을 뿐, 형사처벌 받기 ‘어렵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건수는 225,609건, 그러나 그중 단 542명만이 구속되었다. 신고 건수 대비 구속률은 0.24%에 불과하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원칙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 안전보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정유지’를 중시하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으로는 여성들의 목숨을 지킬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피해자 의사존중', '가해자 교정'에 숨어 가정폭력 범죄자들의 처벌을 면해주어서는 안 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이후 전국 24개 여성의전화와 함께 매년 5월을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로 선포하고,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처벌과 예방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의 이름처럼 '가정폭력 없는' 한국 사회를 위해 정부와 국회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